새 아파트인데 왜 이렇게 고칠 게 많을까요? 저도 처음 입주할 때는 설렜지만, 막상 점검을 시작하니 스티커 붙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벽지는 여기저기 들떠 있고, 마루바닥엔 흠집이 보이고, 심지어 창문도 제대로 안 닫히는 곳이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입주민센터를 들락날락하면서 느낀 건, 사전점검을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셀프 사전점검,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혼자서 점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준비물입니다. 접이식 의자나 사다리가 있으면 천장이나 높은 곳의 하자를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그냥 눈으로만 보려다가 나중에 천장 몰딩 쪽 문제를 놓칠 뻔했거든요.
물통이나 바가지도 필수입니다. 화장실 바닥 배수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려면 구석에서부터 물을 뿌려봐야 하는데, 여기서 요령이 있습니다. 배수구 쪽이 아니라 반대편 구석에서 물을 뿌려서 배수구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봐야 정확합니다. 5~10분 정도 지나도 물이 고여 있다면 바닥 기울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점검 동선도 중요합니다. 현관에서 시작해서 한쪽 방향으로만 돌면 빠뜨리는 곳 없이 다 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 오히려 놓치는 부분이 생기더군요. 저는 오른쪽으로 돌면서 작은 방부터 시작해서 거실, 주방 순으로 점검했습니다.
스티커는 시공사에서 나눠주지만 접착력이 약해서 먼지 많은 곳에선 잘 떨어집니다. 스카치테이프를 따로 준비하면 훨씬 편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작은 준비가 나중에 시간을 많이 절약해줬습니다.
문과 창문, 생각보다 까다로운 포인트들
현관 방화문부터 신경 써야 합니다. 방화문(Fire Door)이란 화재 발생 시 일정 시간 동안 불과 연기의 확산을 막아주는 문을 의미합니다. 문을 닫은 상태에서 흔들어봤을 때 틈이 벌어지거나 찬바람이 들어오면 화재 시 유독가스가 그대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이게 왜 중요한지 몰랐는데, 전문가 설명을 듣고 나서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문 윗부분을 살짝 흔들어보니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서 바로 하자 접수했습니다.
중문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중문 바닥 레일이 울퉁불퉁하거나 실리콘 마감이 지저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 집인데 벌써 오래된 집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면 바로 체크해야 합니다. 중문과 바깥 바닥의 높이 차이도 확인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60mm 이상 차이가 나야 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건축법규). 이 기준은 장애인 접근성과 안전을 위한 최소 요건입니다.
거실 창문은 가장 면적이 크고 금액도 비싸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합니다. 모든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잠갔다 풀었다 하면서 소음이나 걸림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창문 한쪽이 제대로 안 닫히는 걸 발견했는데, 그냥 넘어갔으면 겨울에 난방비 폭탄 맞았을 겁니다.
화장실과 주방, 물과 관련된 필수 체크
화장실 천장 점검구는 반드시 열어봐야 합니다. 여기서 작업자들이 쓰레기를 버린 경우가 종종 있고, 더 중요한 건 누수 흔적을 확인하는 겁니다. 천장 배관에 물때 같은 얼룩진 자국이 있다면 사진을 여러 장 찍어두고, 나중에 입주 기간 중 다시 방문해서 비교해봐야 합니다.
세면대 거울 수납장에는 댐퍼(Damper)라는 충격완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댐퍼란 문이 닫힐 때 충격을 흡수해서 천천히 닫히게 해주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이게 없으면 아이들이 문을 쾅 닫다가 거울이 떨어져 다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몰라서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전문가가 알려줘서 다시 확인했더니 정말 없더군요.
양변기 고정 상태도 확인해야 하는데, 손으로 만지기 지저분하니까 발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릎으로 양변기 옆면을 살짝 제껴보면 흔들림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고정이 제대로 안 됐으면 바닥이 들려서 냄새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는 상판 아래 공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상판 위만 보는데, 들어 올려보면 하자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일랜드 식탁 같은 경우 문을 닫았을 때 평행이 안 맞거나 틈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문 수평이 안 맞는 걸 발견해서 바로 스티커 붙였습니다.
라돈 측정과 바닥 난방, 놓치기 쉬운 핵심
화장실 석재에서 라돈(Radon)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라돈이란 무색·무취의 방사성 가스로, 장기간 노출 시 폐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기준치는 148베크렐(Bq/㎥)인데, 간이 측정기로 확인했을 때 260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출처: 환경부 실내공기질 관리).
만약 기준치를 초과했다면 환기 후 다시 측정해봐야 합니다. 환기 후에도 계속 높게 나온다면 석재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교체를 요구해야 합니다. 이건 냄새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측정 안 하면 평생 모르고 살 수 있습니다.
바닥 난방은 열화상 카메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육안으로는 절대 알 수 없고, 난방을 가동했을 때 배관이 제대로 깔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난방 배관이 아예 안 깔린 경우도 있고, 주방 같은 애매한 공간에서 한 줄 정도 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타일 들뜸은 고무망치로 두드려서 확인하는데, 여기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타일 가운데를 두드렸을 때 비어 있는 소리가 나면 시공이 제대로 안 된 겁니다. 특히 모서리 부분은 압착이 잘 안 될 수 있으니 가장자리를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화장실 타일에서 몇 군데 들뜬 소리가 나서 모두 접수했습니다.
사전점검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듭니다. 혼자 하면 놓치는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전문 장비 없이는 확인이 어려운 하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 입주라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처음이라면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비용은 들지만 나중에 AS 받느라 시간 빼앗기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시공사와 대응할 때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합니다. "이건 원래 이렇습니다"라는 말에 넘어가지 말고, 이해가 안 되면 끝까지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미관상 하자도 엄연한 하자입니다. 내 집인데 왜 타협해야 합니까. 평생 구매하는 상품 중 가장 비싼 게 아파트인데, 당당하게 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