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얼마 전 아들에게 천만 원을 주면서 직접 투자해보라고 했습니다. 미국 주식으로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리더군요. 근데 문제는 나중입니다. 몇 억씩 증여하게 되면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자녀에게 목돈을 물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한 증여 방식을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효율적이더군요.

왜 연금저축 계좌로 증여해야 할까요
일반 위탁 계좌로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입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2천만 원, 성년 자녀에게는 5천만 원까지 10년 단위로 증여세 없이 줄 수 있죠. 근데 여기엔 한 가지 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과세이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차이가 상당하더군요.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연금저축 계좌를 열어서 10년, 20년, 3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익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해외 배당소득 일부만 제외하면 말이죠. 수익률이 연 7%만 나와도 30년 후엔 원금의 몇 배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을 계속 떼어간다면 복리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자녀 계좌는 최소 55년 이상 과세이연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태어나서부터 55세까지 세금 없이 굴린다는 뜻입니다. 일반 계좌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구조죠. 저는 이 점 때문에 자녀 연금저축 계좌 개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돈이 급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연금저축 계좌라고 하면 "돈이 묶이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근데 자녀 연금저축은 좀 다릅니다. 성인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여는 연금저축과 달리, 자녀 명의 계좌는 애초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자녀가 21살이 되어 독립할 때 보증금이 필요하다면, 그동안 쌓인 원금 중 일부를 빼서 쓰면 됩니다. 원금은 증여세 공제 한도 내에서 넣은 돈이니 세금 없이 뺄 수 있어요. 만약 더 필요하다면 수익금 일부를 인출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기타소득세 16.5%만 내면 됩니다.
실제로 생각해보니 이게 꽤 합리적이더군요. 20~30년 동안 없던 돈이 불어난 건데, 그중 일부를 16.5% 세금 내고 쓰는 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오히려 그동안 과세이연 혜택을 받으면서 복리로 불렸으니 충분히 이득이죠. 창업 자금이 필요하거나 결혼 자금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고, 나머지는 계속 굴리면 됩니다.
저는 이 유연성이 마음에 들더군요. 자녀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요. 취업하면 그때부터 본인이 직접 연금저축에 부으면서 세액공제도 받고, 급한 일이 있으면 일부 인출해서 쓰고, 또는 그대로 55세 이후까지 가져가서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금저축 계좌로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은 과세이연 효과로 복리를 극대화하면서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췄습니다. 저처럼 자녀에게 목돈을 물려줄 계획이 있다면, 단순히 현금이나 일반 주식 계좌보다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하는 쪽이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기금 증여 신고 같은 절차가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그 정도 수고로 수십 년 후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