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잡으면 집값이 잡힐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정반대의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할수록 정작 제가 살던 전세집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 전세집을 구하려고 여러 단지를 다닌 적이 있는데, 한꺼번에 물건이 다 빠져서 난항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세가 많을 때는 제가 조건을 따져가며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전세물건이 나오면 이거저거 따지지 말고 바로 계약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건 예전에는 전세가 없어도 월세라도 있어서 대안이 있었는데, 지금은 월세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전월세시장이 위축되면서 세입자들만 고생하게 생긴 구조입니다.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의 시소 관계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소 같은 구조입니다. 여기서 시소(Seesaw) 효과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역관계를 의미합니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약 170만 호가 존재하는데, 이 중 절반은 자가이고 절반은 임대로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다주택자가 집을 매매로 내놓으면 그만큼 전월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20만 호를 매매로 내놓으면, 원래 전세로 공급되던 물량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총 공급량은 동일하지만 전월세 매물은 감소하는 것이죠. 제가 직접 겪은 바로는 이런 구조적 변화가 세입자의 선택권을 급격히 줄입니다. 2024년 기준 서울 전세가율은 지역에 따라 33%에서 66%까지 차이가 나는데, 강남 같은 고가 지역은 전세가율이 33% 수준에 불과합니다(출처: 한국감정원). 30억짜리 아파트의 전세가 10억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핵심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강남 전세 거주자(10억 보유)가 30억 매물을 사려면 20억 대출이 필요하지만, 현행 대출 규제로는 불가능
- 중위권 지역(20억 매물) 거주자가 강남으로 올라가면서 기존 전세 거주자는 하위 지역으로 밀려남
- 결국 가장 적은 자금을 가진 계층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연쇄 작용 발생
다주택규제가 만든 전세 공급 축소
다주택자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 공급을 구조적으로 위축시킵니다. 여기서 전세 공급 위축이란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신규 입주 물량도 적고, 유통 물량도 감소하는 이중 압박 상황입니다.
실제로 연간 수백만 명이 전입·전출을 통해 이동하는데, 이 이동 수요는 일정한 반면 전세 매물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전세 매물이 10개에서 5개로 줄었는데 이동 수요는 여전히 10명이라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2+2 제도)으로 전세 계약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면서 유통 매물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원래 2년마다 5개 매물이 나왔다면 이제는 4년마다 2.5개만 나오는 셈입니다. 이동 수요는 그대로인데 매물은 반 토막이 난 것이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부작용이었습니다.
하위 시장인 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더 심각합니다. 전세가 거의 들어가지 않으니 공급 자체가 중단됐습니다. 과거에는 전세 수요가 있어야 건설사가 공급했는데, 지금은 전세로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성이 없어진 겁니다. 그 결과 하위 시장 거주자들이 아파트 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전체 임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임차시장 전망과 구조적 해법
전월세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전세 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사람들이 4년 뒤 나온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전세가가 올라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신축 대규모 공급이 아니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서울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주택보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도시입니다. 빈집 자체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한 명이 들어오면 한 명은 밖으로 밀려나야 하는 구조죠. 저 역시 계속 밀리다 보니 어느 순간 광역버스로 출퇴근하게 되더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정책 방향이 명확히 잘못됐다는 확신은 듭니다.
당장 내년 재계약이 걱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장하면 다행인데 가능할지 벌써 걱정입니다. 집값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을 더 증폭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다주택자를 권장하고 신규 공급을 확대해야 전월세 시장도 숨통이 트일 겁니다.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길 바랄 뿐입니다.